
외환위기 이후, ‘경제를 설명할 언어’의 필요성에서 시작되다
한국은행이 펴낸 ‘경제금융용어 700선’ 은 단순한 용어 해설집이 아니라, 국민이 경제와 금융의 기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국가 차원의 교육 프로젝트입니다. 이 사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었습니다. 당시 한국 사회는 경제 뉴스가 쏟아져도, 대부분의 국민이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금리 인상, 환율 방어, 유동성 위기 같은 말이 뉴스에 매일 등장했지만,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때 깨달았습니다. “경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위기 대응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국민 모두가 공통된 경제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경제교육 전담팀이 만들어졌습니다.
초기에는 한국은행 내부 직원들이 사용하는 금융·통화 용어를 정리한 내부 문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국민이 읽을 수 있는 교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2008년을 전후해 공식 발간 형태로 발전합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경제금융용어 600선’입니다. 이후 매년 개정이 이루어졌고, 시대 변화와 금융기술 발전을 반영해 2015년부터는 ‘700선’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현재는 한국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교사 연수나 대학 수업, 언론사 기자 교육 등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만든 이유 – 국민의 경제문해력을 높이기 위해
‘경제금융용어 700선’이 만들어진 가장 큰 이유는 경제문해력(Economic Literacy), 즉 경제를 읽고 이해하는 힘을 국민에게 길러주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은행은 헌법에 따라 “물가안정을 통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이 정책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효과는 반감됩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때, 그 의미를 단순히 ‘대출이 어려워진다’로 받아들이는 수준을 넘어, 그것이 물가와 환율, 기업 투자, 가계 소비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 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기반으로 ‘경제금융용어집’이 탄생한 것입니다.
또한 한국은행은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이 용어집을 ‘공공재’로 공개했습니다. 언론이 경제 기사를 쓸 때나 학교에서 경제 개념을 가르칠 때, 이 자료를 표준 정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즉, 한국은행은 경제를 독점적으로 해석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공유하는 지식 기반 기관이 되고자 한 것입니다.
누가 만들었나 – 경제교육실과 전문가들의 협업
이 용어집은 한국은행 경제교육실이 주관하고, 각 부서의 실무자들이 직접 참여해 집필합니다. 통화정책국, 금융시장국, 국제국, 통계국 등 경제 핵심 부서의 전문가들이 용어를 선정하고, 실제 정책과 학문에서 쓰이는 정의를 검토합니다. 이후 경제교육 담당자들이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다듬습니다.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을 간결하게 다듬고, 예시를 넣어 실생활과 연결되도록 구성합니다.
편찬 과정은 매우 체계적입니다. 먼저 내부적으로 약 1,200개의 용어 후보를 뽑습니다. 그중 언론 노출 빈도가 높고,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성이 높은 용어를 추려 최종 700개를 선정합니다. 이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 기관의 검토도 거칩니다. 또한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국채금리’, ‘통화정책’처럼 자주 쓰이지만 의미가 오해되기 쉬운 단어들은 반드시 표준화된 정의를 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발전한 용어집
‘경제금융용어 700선’은 매년 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업데이트됩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금리, 환율, 물가 같은 전통적 거시경제 개념이 중심이었지만, 2010년대 이후부터는 금융 혁신과 디지털 경제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용어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핀테크(FinTech),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ESG금융, 그린본드, 탄소배출권 거래제, STO(토큰증권), 메타버스경제, AI 트레이딩 등이 대표적인 최신 항목입니다.
한국은행은 단어를 단순히 나열하지 않습니다. 각 용어마다 정의, 적용 사례, 배경, 그리고 영어·한자 표기를 함께 제공합니다. 덕분에 학생뿐 아니라 공무원, 언론인, 일반 투자자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체를 지나치게 학술적으로 쓰지 않고, 실제 정책 뉴스나 생활경제 기사에 등장하는 맥락 중심으로 정리해 현실감 있는 경제학 학습 자료가 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경제를 읽는 언어로서의 가치
이 용어집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정책 신뢰성과 경제 이해의 기반을 세운다는 점입니다. 금리 인상이나 환율 상승 같은 경제 뉴스가 나왔을 때 국민이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불필요한 공포나 오해가 줄어듭니다. 한국은행이 이 자료를 ‘경제의 공용어’로 제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 이 용어집은 교사들이 수업 교재로, 언론사 기자들이 기사 작성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대학생과 일반인에게도 필수 경제학 입문서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 ‘경제금융용어 700선’은 국민이 경제 뉴스를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초 문해력을 키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경제의 언어를 몰라 혼란스러웠던 과거에서, 이제는 국민 모두가 경제의 언어를 공유하는 시대로 나아가는 과정의 중심에 이 책이 있는 셈입니다.
마치며
‘경제금융용어 700선’은 한국은행이 국민과 경제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만든 상징적인 발간물입니다. 1998년 위기 이후 시작된 이 작업은 20여 년 동안 꾸준히 이어져 왔고, 이제는 단순한 용어집을 넘어 국가 경제교육의 기준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매년 새로운 경제 현상과 금융 기술을 반영해 내용을 보완할 계획입니다.
결국 이 책은 한국은행의 정책을 알리는 홍보물이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경제를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경제 언어의 사전이자 교과서"입니다. 우리가 경제 뉴스를 읽고, 정책을 이해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단어가 이 한 권에 담겨 있습니다. 경제는 멀리 있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 언어라는 사실을 이 용어집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제금융용어 700선(다운로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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