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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샴의 법칙 배경 설명 실제 예시

by moneydreamer90 2025. 7. 22.

우리는 돈을 쓸 때 아무 지폐나, 아무 동전이나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 속 경제를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실제로 '어떤 돈은 쓰고, 어떤 돈은 모아두는' 행동을 해왔습니다. 바로 이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그레샴의 법칙입니다. 이 법칙은 단순한 화폐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심리, 정책 실패, 인플레이션, 금본위제 등 다양한 문제와 연결됩니다. 지금부터 그레샴의 법칙이 어떻게 생겨났고, 무엇을 의미하며, 실제로 어떻게 나타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그레샴의 법칙의 배경

그레샴의 법칙은 단순히 이론적 주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등장한 경제 원칙입니다. 이 법칙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16세기 영국의 금융가이자 왕실 재무고문이었던 토마스 그레샴(Thomas Gresham)입니다. 그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시절, 당시 영국 화폐 유통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분석하면서 이 법칙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순도 높은 은화와 순도가 낮아진 은화가 동시에 유통되고 있었으며, 정부는 두 종류의 동전을 동일한 액면가로 통용되게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민들이 순도가 높은 은화를 시장에서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순도가 낮은 은화만 거래에 사용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레샴은 이러한 현상에 주목하였습니다. 그는 "왜 사람들이 더 가치 있는 돈은 숨기고, 덜 가치 있는 돈만 사용하려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고, 여기서 경제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합리적 선택이라는 개념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산의 가치를 최대한 보존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으며, 같은 액면가를 가진 화폐라 하더라도 그 내재적 가치가 다르다면, 가치를 더 많이 지닌 돈은 저장하고 가치를 덜 지닌 돈은 거래에 사용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선택입니다.

이런 상황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가치 있는 돈은 유통되지 않고 서서히 시장에서 사라지며, 결과적으로 시장에는 가치가 낮은 '나쁜 돈'만 남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그레샴의 핵심적인 주장인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Bad money drives out good)"라는 표현입니다. 그는 이 현상을 단지 영국 내부의 일시적인 문제로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부가 인위적으로 화폐의 가치를 동일하게 고정시키고, 시장의 자율적인 반응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통화 제도를 운영할 경우, 동일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그레샴이 이 법칙을 제시한 이유는 단지 이론을 설명하기 위함이 아니라, 실제로 영국이 겪고 있던 통화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제안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는 여왕에게 올리는 보고서에서, "동전의 품질이 불균형하면 신뢰가 무너지고, 국민은 순도 높은 동전을 외국에 팔거나 녹여버리고, 시장에는 나쁜 동전만 남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그는 화폐의 질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금속 함량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레샴의 이러한 주장은 후대에 와서 경제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정리하면서 '그레샴의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레샴의 법칙의 설명

그레샴의 법칙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문장은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Bad money drives out good)"입니다. 여기에는 단순한 화폐 교체 이상의 경제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법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쁜 돈'과 '좋은 돈'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좋은 돈'이란 그 화폐가 액면가 외에도 실질적인 가치, 즉 내재 가치를 지닌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금화나 은화처럼 화폐 자체가 귀금속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금속의 가치가 시장에서 일정한 교환 가치를 가진 경우입니다. 반면, ‘나쁜 돈’은 겉보기에는 같은 액면가를 가지고 있지만, 금속 함량이 줄어들었거나 저급한 재질로 만들어진 화폐입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두 종류의 화폐가 동시에 유통되는 상황이 종종 있었으며, 이때 정부는 법적으로 두 화폐를 동일한 가치를 가진 것으로 간주하고 통용시켰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합니다. 사람들은 동일한 액면가를 지닌 두 화폐를 받을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내재 가치가 더 낮은 화, 즉 나쁜 돈을 사용하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동일한 가격이라면 더 가치 있는 돈은 아끼고, 덜 가치 있는 돈으로 거래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돈은 거래에 사용하는 것보다, 차라리 모아두거나 녹여서 귀금속으로 활용하거나, 다른 나라로 가져가서 더 나은 조건에서 교환하려는 유인이 생깁니다. 이런 방식으로 좋은 돈은 점점 시장에서 사라지고, 나쁜 돈만 남게 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화폐 유통 구조를 왜곡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정부는 같은 가치를 지닌 화폐로 보기 때문에 두 종류의 화폐를 모두 유통시키려 하지만, 실제로는 시장에서 가치 판단이 다르게 작용합니다. 시장은 법적 액면가가 아닌, 내재 가치를 기준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법으로 정한 가치와 실제 경제 활동 사이의 괴리가 점점 커지게 됩니다. 그 결과 화폐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물가가 불안정해지며, 결국은 전체 경제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은 점차 귀금속 본위제에서 벗어나 법정화폐(fiat money) 체제로 전환하게 됩니다. 법정화폐란 금속이나 실물 자산으로 뒷받침되지 않고, 오로지 국가의 신뢰와 법률에 의해 가치가 부여되는 화폐입니다. 그러나 법정화폐 체제에서도 그레샴의 법칙은 여전히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이 심한 국가에서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자국 화폐(나쁜 돈)를 가능한 한 빨리 소비하려 하고, 안정적 가치가 있는 외화나 자산(좋은 돈)을 축적하려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역시 넓은 의미에서 그레샴의 법칙이 현대적으로 적용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레샴의 법칙은 단순한 동전 유통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행동, 그리고 시장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경제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따라서 그레샴의 법칙은 화폐의 본질과, 그 화폐를 사용하는 인간 행동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는 법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레샴의 법칙의 실제 예시

먼저 고대 로마 제국의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로마는 초기에는 순도 높은 은화인 '데나리우스(Denarius)'를 주요 화폐로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국이 팽창하면서 전쟁과 행정 비용이 급증하자, 로마 정부는 은화의 은 함량을 줄이고 구리와 같은 값싼 금속을 섞은 동전을 대량으로 발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가치가 낮은 새 은화가 시장에 넘쳐나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순도가 높은 옛 은화는 사람들의 손에 쌓이거나 해외로 유출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로마의 화폐는 점점 신뢰를 잃게 되었고, 인플레이션과 경제 혼란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예는 조선 후기의 동전 유통 문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상평통보라는 동전이 널리 사용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품질이 점점 낮아지고 위조 동전까지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어떤 지역에서는 무게가 제대로 맞지 않거나 구멍이 뚫리지 않은 엽전이 돌아다니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질 좋은 엽전은 따로 모아두고, 품질이 낮은 엽전만 시장에서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역시 그레샴의 법칙이 작동한 전형적인 예입니다.

근대 유럽에서도 그레샴의 법칙은 복본위제(금과 은을 동시에 화폐 기준으로 삼는 제도)에서 크게 나타났습니다. 19세기 중엽, 각국은 금화와 은화를 동시에 유통시켰지만, 국제 시세나 환율의 변화에 따라 두 금속 간의 가치 비율이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금화는 유출되거나 저장되고, 은화만이 시장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결국 금본위제로 전환하게 되었고, 그레샴의 경고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 되었습니다.

또한 현대에 들어와서는 베네수엘라를 들 수 있습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국민들은 볼리바르라는 자국 통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미국 달러나 암호화폐 같은 대체 자산을 축적하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형태만 달라졌을 뿐, 기본 원리는 그레샴의 법칙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그레샴의 법칙은 단순히 과거 동전 유통에 대한 설명을 넘어서, 오늘날의 화폐 제도와 경제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 법칙은 인간의 합리적인 선택이 모이면 전체 사회의 화폐 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화폐 가치를 통제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레샴의 법칙을 단지 역사적 교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오늘날 통화 정책을 설계하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경제 원칙으로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