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 뉴욕 증권거래소 앞의 황소 동상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동상은 미국 주식시장의 활기찬 상승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조형물입니다. 블랙 먼데이 이후 설치되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징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시장의 움직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경제학 용어로서 사용됩니다. 상승을 뜻하는 '불 마켓' 뿐만 아니라 하락을 상징하는 ' 베어 마켓'도 이 글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베어마켓의 정의와 예시
먼저 '베어마켓'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베어마켓은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고, 그 하락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을 말합니다.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 어떤 자산군에서도 베어마켓은 존재할 수 있으며, 특히 주식시장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이 용어에서 곰이 등장하는 이유는 곰이 공격할 때 앞발로 내려찍는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곰은 시장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베어마켓이 나타날 때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되며, 경제 전망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소비는 줄고 기업의 이익은 감소하며, 실업률은 높아지고 투자 심리는 얼어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주식보다 현금이나 금 같은 안전자산을 더 선호하게 됩니다.
역사적으로도 여러 번의 베어마켓이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29년 미국의 대공황 시기입니다. 당시 다우존스 지수는 80% 이상 폭락했고, 수많은 은행과 기업이 파산했으며 실업률도 치솟았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금융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직면했고, 전 세계 시장이 동반 하락했습니다. 이때도 미국 증시는 약 57% 하락했고,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주식시장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시장이 급락한 일이 있었는데, 이 경우에는 단기간의 급격한 하락 이후 빠른 회복이 이어졌기 때문에 다소 예외적인 베어마켓으로 분류됩니다.
불마켓의 정의와 예시
이와 반대로, 불마켓은 자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장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하고,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심리가 강하게 작용할 때 불마켓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황소는 공격 할 때 뿔로 아래에서 위로 들이받는 습성이 있는데, 이 모습이 주가가 위로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불마켓'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불마켓에서는 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고, 경제 지표도 긍정적인 방향을 보이며,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가 자신감을 가지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이런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심지어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불마켓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이어진 미국의 장기 불마켓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정보기술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나스닥 지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미국 경제도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는 2009년부터 2020년 초까지 이어진 글로벌 불마켓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주식시장이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상승세가 강했고, 애플, 아마존, 구글 같은 대형 IT 기업들이 시가총액을 빠르게 키웠습니다. 코로나 이후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중반까지 이어진 기술주의 랠리도 단기적이지만 강력한 불마켓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불마켓이라고 해서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지나친 낙관은 자산 가격에 거품을 만들어냅니다. 실제 경제 상황보다 훨씬 높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면, 결국 그 거품은 터지고 다시 베어마켓이 찾아옵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당시 인터넷 기업에 대한 기대가 지나쳐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조차 엄청난 가치로 평가되었고, 결국 버블이 터지며 시장은 다시 급락했습니다. 또 하나의 예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이어진 부동산 버블입니다. 이처럼 불마켓의 끝자락에는 과도한 기대와 투자 열기가 뒤섞이게 되고, 시장은 조정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의 순환과 투자 심리
시장 순환의 기본적인 흐름은 회복기, 확장기, 과열기, 수축기, 침체기로 나뉠 수 있습니다. 회복기에는 경기가 바닥을 찍고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하며, 이 시점부터 불마켓이 출현합니다. 확장기에는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고용이 늘어나며 경제가 활력을 되찾습니다. 이에 따라 주가는 상승하고 투자자들의 심리도 점점 낙관적으로 바뀝니다. 이후 시장은 과열기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때는 주가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과도하게 높아지는 경우가 많고, 투자 열기가 지나쳐 자산 거품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금리 인상이나 기업 이익 둔화, 국제적인 위기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시장은 수축기로 접어들게 되며, 주가는 하락세로 전환됩니다. 결국 이 과정이 지속되면 침체기에 들어서고, 시장은 베어마켓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때 투자자들의 심리는 극도로 위축되어 공포심이 팽배해지며 매도세가 증가합니다.
이처럼 시장의 순환은 투자자들의 감정, 특히 '탐욕(Greed)'과 '공포(Fear)'에 따라 증폭되기도 합니다. 불마켓에서는 "지금 사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심리가 작용하여 과도한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베어마켓에서는 "지금 팔지 않으면 더 큰 손해를 볼 것 같다"는 심리가 지배하며,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매도를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듯 투자자들은 미래를 예측한다고 믿고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감정에 따라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탐욕과 공포의 사이클"이라는 말로도 표현됩니다. 이러한 베어마켓과 불마켓은 단발적인 현상이 아니라, 반복되는 시장 순환의 일부입니다. 마치 계절이 봄·여름·가을·겨울을 거치듯이, 시장도 상승기와 하락기를 반복합니다. 이러한 순환은 경기 사이클, 정부 정책, 금리 변화, 기업의 이익, 소비자 심리, 글로벌 이슈 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불마켓의 시작은 일반적으로 경제 회복기와 맞물리며, 고용률이 상승하고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며 소비가 활발해집니다. 반면 베어마켓은 경기가 둔화되거나 인플레이션, 고금리, 외부 충격 등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탐욕이 넘칠 때는 두려워하고, 모두가 두려워할 때는 욕심내라"는 유명한 격언이 전해집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시장의 큰 흐름을 읽는 능력은 성공적인 투자자의 필수 조건입니다. 시장이 아무리 하락하더라도 영원히 떨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아무리 상승하더라도 언젠가는 조정이 오기 마련입니다.
마치며
베어마켓과 불마켓은 단순한 가격 변화의 개념을 넘어, 인간의 심리, 경제 흐름, 정책 대응 등 복잡한 요소들이 얽힌 종합적인 현상입니다. 이 둘은 시장을 읽는 나침반이자, 투자자의 판단을 돕는 기초가 됩니다. 이 개념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우리는 투자뿐 아니라 경제 전체를 보다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경제는 생명체처럼 순환하고 변화하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늘 학습하고 적응해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