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의 '검은 날들'과 오늘의 경고
2025년 8월 1일, 한국 증시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되어 투자자 부담이 커졌고, 배당소득 분리과세율 상향, 증권거래세 및 법인세 인상,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천억 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고, 전체 상장 종목의 95% 이상이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언론보도에서 '검은 금요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앞다투어 보도하였습니다.
사실 주식 시장에서의 급락은 오늘날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도 극심한 공황과 폭락이 일어났던 ‘검은 날’들이 존재하며, 그때마다 경제는 심각한 충격을 겪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금융사에 길이 남은 세 가지 '검은 날' — 검은 금요일, 검은 목요일, 검은 월요일 — 의 배경과 파장을 살펴보고, 현재 우리에게 어떤 경고를 주는지 함께 되새겨 보겠습니다.
1. 검은 금요일 (1869년 9월 24일)
미국 금시장 붕괴와 최초의 조직적 금융 투기 사태
검은 금요일(Black Friday)은 1869년 9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금시장 붕괴 사건으로, 오늘날의 쇼핑 시즌 '블랙 프라이데이’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이 사건은 두 금융가인 "제이 굴드(Jay Gould)"와 "제임스 피스크(James Fisk)"가 벌인 조직적 투기 행위가 원인이었습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했던 화폐(그린백)를 회수하려 금을 시장에 방출하던 상황에서, 정부가 금을 더 이상 풀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을 유포하고 금을 대량 매집했습니다. 시장은 이를 신호로 받아들여 금값이 폭등했고, 투자자들이 불안에 휩싸여 사재기에 나서면서 가격은 더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상황을 주시하던 "그랜트 대통령(Grant)"은 경제 혼란을 우려해 재무부에 금을 대량 매도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결국 9월 24일 금값은 하루 만에 폭락합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투자자들이 파산했고, 일부 내부 정보를 가진 인물들만 막대한 이익을 챙기며 시장은 분노와 혼란에 빠졌습니다.
검은 금요일은 미국 금융사 최초의 ‘시장 조작 기반 금융 붕괴’ 사례로, 정치권과 금융권의 유착, 정보 비대칭 문제, 투기적 자본의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이후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과 정부 개입의 기준 마련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2. 검은 목요일 (1929년 10월 24일)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은 1929년 10월 24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일어난 주가 대폭락 사건으로, 세계 경제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경제 위기인 "대공황(Great Depression)"의 서막이었습니다. 1920년대 미국은 '광란의 20년(Roaring Twenties)'라 불릴 만큼 호황을 누렸고, 주식은 대중의 투기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신용으로 주식을 사는 '마진 거래'가 유행했고, 많은 투자자들이 실제 자산 가치와 무관한 투기성 자본을 주식시장에 쏟아부었습니다. 이 거품은 한계에 다다랐고, 10월 24일 대규모 매도세가 시작되면서 뉴욕 증시가 급락합니다.
이날 하루 동안 1,300만 주 이상이 거래되며 혼란에 빠졌고, 은행과 중개업자들이 고객의 청산 요구에 허덕이는 모습이 목격되었습니다. 투자자들은 공황에 빠졌고,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하락세에 접어듭니다. 이후 "10월 28일(검은 월요일)"과 "29일(검은 화요일)"까지 연속 폭락이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는 본격적인 대공황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검은 목요일의 교훈은 명확합니다. 과도한 레버리지, 거품 경제, 규제 부재는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으며, 그 여파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국제 무역 붕괴, 실업 급증, 정치 불안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는 뼈저리게 경험하게 됩니다.
3. 검은 월요일 (1987년 10월 19일)
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은 1987년 10월 19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만에 무려 22.6% 하락한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한 날입니다. 이는 1929년 대공황 당시보다 더 큰 폭이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단일 하루 최대 하락률'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당시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 우려, 무역 적자 확대, 금리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자동화된 프로그램 매매(Program Trading)"에 있었습니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알고리즘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졌고, 인공지능이 아닌 기계적 매도가 가격 하락을 가속화시켰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를 '시장의 붕괴 신호'로 받아들였고, 공포는 전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런던, 도쿄, 홍콩 등 글로벌 증시가 연쇄적으로 폭락했고,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연동성과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검은 월요일은 이후 금융 규제 체계와 기술 기반 시장에 대한 재정비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장 안정 장치로서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 제도가 도입되었고, 기술 기반 금융 거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심도 커졌습니다.
오늘의 시장이 잊지 말아야 할 경고
2025년 8월 1일 한국 증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역사의 반복 가능성을 떠올려야 합니다. 1869년의 검은 금요일, 1929년의 검은 목요일, 1987년의 검은 월요일은 모두 시장 과열, 규제 부족, 투기적 심리가 빚어낸 비극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기술도, 제도도, 정보도 과거보다 진보했지만, 인간의 탐욕과 공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은 단순한 금융 데이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교훈의 기록입니다. 오늘의 증시 불안이 단순한 조정에 그칠지, 아니면 새로운 ‘검은 날’의 서막이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기억하는 자에게만 기회를 주고, 망각한 자에게는 위기를 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