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대 갈등은 단순한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서로 다른 음악을 듣고, 다른 생활 방식을 가진다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니라, 경제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제도적 불균형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연금, 복지, 세금 문제는 세대 갈등을 가장 날카롭게 드러내는 분야입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정부의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연금 제도 개편은 고령화 사회가 피할 수 없는 과제이지만, 그 부담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사회적 저항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한국 역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2055년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개혁이 시급하지만, 사회적 합의는 더디기만 합니다. 이 글에서는 프랑스의 연금 개혁 시위를 사례로 살펴보고, 한국 사회가 직면한 연금·세금 문제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프랑스: 연금 개혁과 거리로 나온 시민들
프랑스 정부는 2023년,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정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프랑스의 고령화 속도는 유럽에서도 빠른 편이어서 연금 재정 적자가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둘째, 국가 채무가 GDP 대비 약 110%에 달해 더 이상 적자 재정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개혁 발표 이후 프랑스 전역은 거대한 시위 현장이 되었습니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현실에 불만을 표했고, 젊은 세대는 “기여는 늘어나는데, 미래에 내가 받을 연금은 줄어들 것”이라는 불신을 드러냈습니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기성세대조차 제도 변경이 불안하다며 반대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결국 프랑스의 시위는 단순한 노동권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이해가 충돌하는 구조적 갈등이었습니다.
프랑스 사례는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연금 개혁은 재정적으로 불가피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적 신뢰와 세대 간 형평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거대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국민연금의 불신과 개혁의 지연
한국 역시 연금 문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국회예산정책처 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경 고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현재 20대와 30대가 은퇴할 무렵입니다. 지금의 청년 세대가 매달 내는 연금 보험료가 미래에 충분히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불신을 키우는 요인은 세대별 부담과 혜택의 불균형입니다. 국민연금 도입 초기에 가입한 세대는 비교적 낮은 보험료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많은 연금을 수령하고 있습니다. 반면 앞으로 가입할 세대는 보험료율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고, 지급 수준은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청년층에서는 국민연금을 ‘차라리 폐지하자’는 과격한 주장까지 나옵니다.
프랑스는 정년 연장이라는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했지만 사회적 갈등을 겪었고, 한국은 개혁 논의조차 지지부진합니다. 연금 개혁을 늦출수록 재정 불균형은 심화되고, 미래 세대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기적 전망에 기반한 투명한 제도 개편과 사회적 합의입니다.
세금 문제: 형평성과 세대 갈등의 연결고리
연금 문제와 더불어 조세 제도 역시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불만이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연금 개혁 논란과 결합해 사회적 불만을 증폭시켰습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간접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부가가치세는 전체 조세 수입의 약 3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간접세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동일한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은 청년·서민층이 체감하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 큽니다.
또한, 자산 불평등도 심각합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상위 10% 가구가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세, 상속세 등 자산 관련 세금은 실제 징수율이 낮고, 다양한 회피 수단이 존재합니다. 그 결과 근로소득자, 특히 청년 세대는 매달 꼬박꼬박 세금을 내지만 주거 안정이나 복지 혜택에서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한국의 청년 세대는 "세금은 많이 내지만 혜택은 적다"는 불만을 갖게 되고, 이는 프랑스 청년들이 느낀 불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연금과 세금 개혁의 필요성
프랑스의 대규모 시위는 단순히 정년 연장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제도 개혁 과정에서 세대 간 불균형이 드러났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한국도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합니다.
첫째, 연금 제도의 경우, 재정 전망과 세대별 부담·수급 시뮬레이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그래야 청년 세대의 불신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 간 형평성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둘째, 세제 개혁은 조세 형평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자산가와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간접세 비중을 줄이며, 근로소득자와 청년 세대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세금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공정한 분담 구조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셋째, 사회적 대화가 절실합니다. 연금 개혁과 세제 개혁은 모두 국민의 삶에 직결된 사안이므로, 단순히 정부와 국회가 정하는 방식으로는 합의를 얻기 어렵습니다.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을 통해 개혁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글을 나가며
프랑스의 연금 개혁 시위는 전 세계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제도의 불균형과 재정 부담이 세대 갈등으로 확대될 때, 사회적 갈등은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아직 대규모 시위로 번지지 않았지만,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세금 부담에 대한 불만은 이미 누적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명성과 형평성입니다. 연금 제도의 미래를 명확히 보여주고, 조세 구조를 공정하게 개편해야 세대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교훈은 한국에 분명합니다. 개혁을 미루는 것은 갈등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갈등을 준비하는 것일 뿐입니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국내 월배당 ETF목록, 월배당 ETF의 장단점? (0) | 2025.09.18 |
|---|---|
| 규제 샌드박스 참여기업 사례와 샌드박스 이름의 의미 (0) | 2025.09.18 |
| 예대마진 뜻과 계산법, 2025년 실제 수치 분석 (0) | 2025.09.17 |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이유와 방향성 (0) | 2025.09.17 |
| 기업 유상증자, 주가와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0) | 2025.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