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실업률이 낮으면 경제가 좋은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업률이 0%가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더 나아가, 어느 정도의 실업률은 경제가 건강하게 돌아가기 위해 필요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경제학에서 중요한 개념인 자연실업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왜 적당한 실업률이 오히려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자연실업률의 정의
실업률은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지만, 실제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을 뜻합니다. 언뜻 보면 실업률 0%는 모두가 일자리를 가졌다는 뜻이라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이 수치를 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구직 활동을 하기도 하며, 새로 배워야 할 기술이나 자격증 준비 때문에 잠시 일을 쉬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를 경제학에서는 '마찰적 실업'이라고 부릅니다.
또 다른 실업의 원인으로는 산업 구조 변화와 기술 발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 주로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체하거나 새로운 산업이 생기면서 기존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기는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기술과 맞는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직 상태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를 '구조적 실업'이라 합니다.
마찰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은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도 항상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경기 상황이 정상인 상태에서 발생하는 최소한의 실업률을 ‘자연실업률’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자연실업률은 보통 3~5% 정도로 추정되며, 이 수치는 국가나 시기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경기 호황기에도 실업률이 4%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시장이 활발히 돌아가고 사람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따라서 실업률이 0%가 되는 것은 경제가 너무 과열되거나 인력이 부족해질 위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연실업률 개념은 단순히 실업자가 존재하는 문제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경제가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한 균형 상태를 뜻합니다.
자연실업률 이론과 이를 주장한 경제학자들
자연실업률 개념은 1960년대 후반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과 에드먼드 펠프스(Edmund Phelps) 가 독립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당시 많은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통화 정책이나 재정 정책을 통해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고 믿었으나, 이 두 학자는 이에 반대하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은 '통화 정책만으로 실업률을 영구적으로 낮출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람들이 미래의 물가 상승을 예상해 임금을 조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단기적으로 실업률을 낮추려 해도, 결국 물가가 오르고 실업률은 다시 자연실업률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이를 '기대 인플레이션' 개념과 연결시켜 설명했습니다.
에드먼드 펠프스도 비슷하게 '사람들이 미래의 인플레이션을 예측해 행동하기 때문에, 단순한 경기 부양책으로 실업률을 계속 낮출 수 없다'고 했습니다. 즉, 정부가 인위적으로 일시적인 고용 확대를 추진해도 노동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예상하고 대응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들은 실업률을 무조건 낮추는 데 집중하기보다,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실업률이 너무 낮으면 노동력이 부족해 임금이 급격히 상승하고, 이로 인해 물가도 같이 올라가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기업이 인력을 뽑기 위해 경쟁하게 되면 인건비가 급격히 올라 제품 가격도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줄어들어 경제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실업률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경제 안정에 꼭 필요합니다.
자연실업률과 현실과의 차이
자연실업률 이론은 이후 거시경제학과 통화정책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아,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식 실업률은 최근 3%대 초반이지만, 실제 체감 실업률은 8~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체감 실업률은 공식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구직 포기자, 비정규직 중 추가 노동을 원하는 사람, 시간제 근로자 등을 포함합니다.
즉, 단순히 실업률 숫자만 보고 경제 상태를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자연실업률은 경제가 활발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한 직장에만 머물러 있다면 산업 구조 변화나 기술 혁신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AI와 자동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통적인 단순 노동 일자리는 줄고, 새로운 IT 및 서비스 직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기술을 새로 배우고 적응하기 위해 잠시 실업 상태가 될 수 있는데, 이는 경제 발전에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적정한 실업률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경제가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하도록 도와줍니다. 또한 지나친 실업률 하락은 임금과 물가 상승을 부추겨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실업률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경제의 건강한 순환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글을 마치며
실업률은 무조건 낮을수록 좋은 지표가 아닙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자연실업률 수준의 적정 실업률은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변화하는 데 꼭 필요한 '건강한 실업률'입니다. 뉴스에서 실업률이 발표될 때 단순히 높고 낮음을 판단하기보다, 자연실업률이라는 개념과 경제의 구조적인 측면을 함께 이해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