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단연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과 서버용 D램입니다. 과거 메모리 산업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확산과 초대형 데이터센터의 등장으로 메모리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AI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와 오픈AI, 오라클 같은 빅테크 기업의 공격적인 투자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은 메모리 시장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HBM과 D램 가격이 왜 급등했는지, 기업별 전략은 무엇인지, 향후 전망은 어떻게 흘러갈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봅니다.

HBM의 부상과 기술 혁신
HBM은 기존 D램 대비 월등한 대역폭을 제공하는 적층형 메모리로, GPU 옆에 8단·12단 형태로 쌓여 동작합니다. AI 모델 학습 과정에서 데이터 병목을 줄이고, 초고속 처리 성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H100, B100, 차세대 가속기까지 모두 HBM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주목받는 기술은 HBM3E와 HBM4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3E 공급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압도적으로 차지하며 AI 시대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습니다. 삼성전자는 다소 늦었지만 12단 HBM3E가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삼성도 다시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HBM은 적층 높이와 발열 제어, 패키징 기술이 승부처인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연구개발비와 수율 관리 능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누가 안정적 공급과 높은 품질을 동시에 충족시키느냐가 시장 점유율을 결정하게 됩니다.
서버용 D램 시장과 가격 상승의 배경
2025년 들어 서버용 D램 가격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입니다. 오픈AI는 엔비디아와 함께 최대 10GW 규모의 AI 팩토리를 건설 중이며, 이는 원전 10기에 해당하는 전력을 소모하는 규모입니다. 이런 초대형 센터는 GPU뿐 아니라 수십만 기의 서버, 수백만 개의 D램 모듈이 필요합니다.
둘째, DDR4 공급 축소입니다. 반도체 업체들이 DDR5와 HBM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DDR4 생산을 줄였지만, 여전히 구세대 서버에서는 DDR4가 쓰이고 있습니다. 공급 축소와 수요 지속이 맞물리며 DDR4 가격까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셋째, 클라우드 기업들의 선제적 재고 확보입니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향후 AI 수요를 대비해 메모리를 미리 대량 확보하면서 단기 수급이 한층 타이트해졌습니다. 그 결과 서버용 D램과 HBM 모두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오픈AI·오라클, 수요를 만드는 거인들
AI 메모리 수요를 이끄는 세 축은 엔비디아, 오픈AI, 오라클입니다.
- 엔비디아는 GPU 제조사이자 AI 생태계의 중심 기업으로, 단순히 GPU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킹, 패키징, HBM까지 직접 관리하며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메모리 업체와 장기계약을 체결하며 안정적 수요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 오픈AI는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Microsoft Azure)에 의존했지만, 이제 오라클 및 엔비디아와 협력해 자체 인프라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GPT-5, GPT-6 같은 차세대 모델 학습에는 수천만 개의 D램과 HBM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픈AI의 움직임 자체가 메모리 시장을 흔듭니다.
- 오라클은 AI 특화 클라우드를 내세워 오픈AI와 공동 투자하며, 기존 ERP·DB 기반 고객에게 AI 서비스를 확장하려 합니다. 오라클의 전략은 단순한 클라우드 증설이 아니라, AI 전용 데이터센터라는 점에서 수요 파급력이 큽니다.
이 세 기업의 합작은 메모리를 단순한 반도체가 아니라 ‘AI 자산’으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
삼성과 하이닉스는 같은 한국 기업이지만 전략은 다릅니다.
삼성전자는 한동안 HBM 품질 이슈로 고전했지만, 12단 HBM3E 품질 인증을 계기로 반격을 노립니다. AMD, 브로드컴 등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며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고,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결합한 ‘토털 솔루션’ 전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2nm 파운드리와 HBM4를 연계한 차세대 패키징으로 차별화를 시도 중입니다.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에 집중합니다. HBM3E 점유율 1위, HBM4 선도 개발 등 ‘AI 메모리=하이닉스’라는 이미지를 굳혔습니다.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안정적 물량을 확보했고, 수익성 높은 제품 비중을 늘리며 영업이익 개선 폭도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엔비디아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잠재적 리스크로 꼽힙니다.
결국 삼성은 신뢰 회복과 다변화, 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과 집중이라는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투자 포인트
2025년 말까지 HBM과 서버 D램 가격은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2026년에는 신규 생산능력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완만한 조정이 예상됩니다. 과거처럼 급락하는 메모리 사이클은 나타나기 어렵지만, HBM4 전환 속도, 주요 고객 인증, 수율 안정성은 가격 변동의 핵심 변수입니다.
투자자라면 단기 가격 흐름보다 중장기 AI 수요 구조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6년 이후에도 생성형 AI,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가 계속 확대되기 때문에 메모리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다만 데이터센터 전력 부족, GPU 공급 병목, 글로벌 경기 둔화 같은 외부 변수는 리스크로 남습니다.
마치며
HBM과 서버 D램의 급등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AI 인프라라는 구조적 수요가 만든 변화입니다. 엔비디아와 오픈AI의 대규모 투자, 오라클의 클라우드 확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은 같은 흐름을 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메모리는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AI 경제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이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상 강화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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